반갑다, Maria. 고맙다, Sharapova !

이른바 우리나라에서 "러시안 뷰티"라 불리는 마리아 샤라포바(Maria Sharapova, 러시아)가 돌아왔습니다. 작년 윔블던에서 초반 탈락 후, 어깨 부상으로 인해 어깨 수술까지 받고 한참동안의 휴식을 취해 오던 샤라포바가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9개월만의 투어 나들이라 하네요.

물론, 이번 프랑스 오픈 직전에 있었던 작은 대회에도 나갔었지만, 아마도 컨디션 조절 및 이른바 시험 등판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샤라포바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튿히 1회전 승리후 있었던 인터뷰에서, "지금껏 이번 대회처럼 아무런 기대도 안 하고 참가하기는 처음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2회전을 준비하며)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라며 그간의 공백을 우려케 하는 말을 했었지요. 그런데 기우였을까요, 아니면 연막술이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샤라포바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기량 탓이었을까요? 샤라포바는 이후 3번을 더 승리하여 대회 8강에 오르게 됩니다. 그녀 특유의 경기 후 밝은 미소와 인사를 더 볼 수 있게 된 것이었죠.

<경기 승리 후 밝게 인사하는 샤라포바>
물론 이 글을 쓰는 오늘, 2009년 6월 3일 현재 샤라포바는 대진에 없습니다. 어제 있었던 8강전에서 2-0 패배를 당해 4강엔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이번 대회에 나타난 샤라포바의 모습을 보고 저는 "반갑다"는 말이 나왔고, 32강에 올랐을 때 이미 "고맙다, 샤라포바"라는 말이 제 입에서 나왔습니다. 9개월의 공백 후, 그것도 최소한 몇 주간은 라켓 조차 잡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고 하는 한 선수가 32강에 오른 것만 해도 성공적인 컴백이랄 수 있는데요, 8강이라뇨, 이게 웬 말입니까?

저는 샤라포바의 팬은 아닙니다. 테니스를 사랑하고, 선수로는 라파엘 나달의 팬이죠. 그런데도 샤라포바가 반갑고, 또 그의 선전이 고마운 이유는, 그녀의 존재가 전체 테니스계, 특히 여자 테니스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최근 WTA(세계 여자 프로 테니스)의 재미가 ATP(세계 남자 프로 테니스)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특히 몇 십년에 한 번 날까말까 하는 선수들이 동시대에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페더러와 나달, 죠코비치와 앤디 머리까지), 최근 대회들의 관심도 많아지고 경기도 아주 재미있게 진행되죠. 그런데 여자 테니스는 지금 이른바 춘추 전국인데요, 절대 강자가 없는 혼선 양상입니다. 지금 세계 1위인 디나라 사피나(Dinara Safina, 러시아)는 그랜드 슬램 우승 경력 한 번 없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지난 연말 세계 1위였던 얀코비치(Jelena Jankovic, 세르비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은 이른바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이끌어 가지 못하는 WTA 투어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시기에 스타 중의 스타라 할 수 있는 샤라포바의 재등장과, 또 그녀가 보여준 (노력의 산물인) 성공적 컴백은 개인의 성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WTA 전체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샤라포바의 노력과 선전이 고마운 이유는, 그녀는 이미 "다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모델로도, 더러는 디자이너로도, 그녀는 지금처럼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고생스런" 테니스를 다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반갑고 고맙기도 한 일입니다(테니스 선수가 얼마다 고되게 훈련과 대회를 치르는지는, 그들의 1년 대회 스케쥴만 봐도, 그리고 투어 대회 한 두 경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샤라포바의 미소. 우리는 그의 미소를 경기장에서 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테니스"의 세계로 돌아 온 샤라포바. 고맙다. 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

by biSh | 2009/06/03 22:03 | Player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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